10 셉틸리언 년. 인간의 뇌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숫자입니다.
년입니다. 참고로 우주의 나이는 약 억 년에 불과합니다. 빅뱅이 일어난 순간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현재 Frontier 엑사스케일 시스템)로 이 계산을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전체 문제의 0.000000001%도 끝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글의 새로운 양자 프로세서 Willow는 이 계산을 5분도 안 되어 끝냈습니다.
이는 구글이 내놓은 최신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주장의 헤드라인입니다. 양자 우월성이란 양자 컴퓨터가 어떤 고전 컴퓨터로도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을 해내는 기준선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속도는 눈부시긴 해도 이번 발표에서 가장 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인류 기술의 궤도를 바꿀 진짜 이야기는 노이즈 속에 숨어 있습니다.
구글은 처음으로 프로세서에 큐비트를 더 추가하면 오류율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성배”이며, 양자 오류 정정(QEC, Quantum Error Correction)의 돌파구입니다. 실험실의 장난감에서 세상을 바꿀 기계로 나아가는 길을 연 셈입니다.
왜 지금 중요한가
수십 년 동안 양자 컴퓨팅은 “NISQ” 시대, 즉 잡음이 있는 중간 규모 양자(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양자 컴퓨터 제작은 풍동 안에서 카드로 집을 짓는 것과 같았습니다. 카드(큐비트)를 더 쌓으면 구조물은 커지지만, 커질수록 더 불안정해졌습니다. “바람”(환경 노이즈, 열, 방사선)은 유용한 계산이 끝나기도 전에 양자 상태를 붕괴(결어긋남, decoherence)시키곤 했습니다.
저명한 물리학자를 포함한 많은 비평가들은 이것이 자연의 근본 법칙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자 시스템의 규모를 키우면 노이즈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유용한 계산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Willow는 그들이 틀렸음을 입증했습니다.
105개의 큐비트를 갖춘 Willow는 전작 Sycamore(53큐비트)보다 단순히 더 큰 것이 아닙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더 조용합니다. 구글은 여러 물리 큐비트에서 데이터를 모아 하나의 논리적 명령을 구성하면,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오류율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양자 컴퓨팅의 “트랜지스터 순간”입니다. 진공관이 신뢰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에 자리를 내주었듯이, 업계는 이제 잡음이 많고 취약한 큐비트에서 오류가 정정된 안정적인 큐비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 심층 분석: Willow의 물리학
Willow가 왜 공학의 걸작인지 이해하려면 **트랜스몬 큐비트(Transmon Qubit)**의 물리학을 살펴봐야 합니다.
1. 아키텍처
Willow는 특정한 격자 형태로 배열된 105개의 초전도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실리콘에 새겨진 미세한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진 노트북의 비트와 달리, 이 큐비트는 초전도 금속(보통 알루미늄이나 니오븀)으로 만든 거시적 회로이며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약 20밀리켈빈)로 냉각됩니다.
이 온도에서 금속은 전기 저항을 완전히 잃습니다. 전자들이 “쿠퍼 쌍(Cooper pair)“을 이루어 마찰 없이 흐릅니다. 덕분에 회로는 하나의 인공 원자처럼 동작합니다. 엔지니어는 마이크로파 펄스로 이 회로를 조작해 “0”이면서 동시에 “1”인 중첩(superposition)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2. 노이즈 문제
문제는 이 인공 원자가 극도로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떠돌이 광자 하나, 자기장의 변동, 심지어 칩에 부딪히는 우주선(cosmic ray) 하나만으로도 “결어긋남”이 일어나 중첩이 깨지고 계산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전 칩에서는 큐비트를 더 추가하면 오류가 퍼져 나갈 경로도 늘어났습니다. 단계당 정확도가 99%인 50큐비트 기계가 있다면, 100큐비트 기계는 실패 지점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확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3. “제노” 효과와 오류 정정
Willow는 실시간 오류 정정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물리 큐비트를 묶어서 올바른 상태에 대해 “투표”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돌파구는 **양자 제노 효과(Quantum Zeno Effect)**와 비슷한 개념에 기반합니다. 시스템을 자주 관측하면 그 변화를 “얼려” 놓을 수 있고, 이번 경우에는 오류가 퍼지기 전에 잡아낼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Willow는 이웃한 큐비트들의 “패리티(parity)“를 측정해 서로 같은지 다른지 확인하되, 큐비트 자체를 측정하지는 않습니다(측정하면 데이터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비트 플립 같은) 오류를 감지하면 실시간으로 정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이 코드 거리(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뒷받침하는 물리 큐비트의 수)를 늘릴수록 오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양자 오류 정정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줍니다. 이제 논리 큐비트는 그것을 구성하는 물리 큐비트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리학적 불가능이 아니라 공학적 과제입니다.
벤치마크: 랜덤 회로 샘플링
Willow가 수행한 작업은 **랜덤 회로 샘플링(Random Circuit Sampling, RCS)**이라고 합니다.
RCS는 본질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컴퓨터는 큐비트에 적용할 무작위 양자 게이트(연산) 시퀀스를 받고, 그 무작위 회로의 통계적 분포와 일치하는 비트열을 출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아무것도 시뮬레이션하지 않고 연구자에게 우주에 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쓸모없는 계산입니다. 고전 컴퓨터에게 극도로 어렵다는 이유 하나로 선택되었습니다.
- 고전적 난이도: 개 큐비트로 이루어진 양자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려면 고전 컴퓨터에는 바이트의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53큐비트(Sycamore)의 경우 페타바이트 규모였습니다. 105큐비트(Willow)의 경우 필요한 메모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수를 넘어섭니다.
- Willow의 성능: Willow는 이 회로를 네이티브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Willow 자체가 시뮬레이션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10 셉틸리언 년”이라고 말할 때는, 오늘날 알려진 가장 영리한 고전 알고리즘을 가장 큰 슈퍼컴퓨터에서 돌려 Willow의 복잡한 회로 출력을 통계적으로 검증하려면 영겁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경쟁 관계도 짚어둘 만합니다. IBM은 RCS가 “파티 개인기”에 불과하며, 이런 이론적 시간 한계는 영리한 고전적 근사로 줄일 수 있다고 자주 주장합니다. 그러나 효율적인 고전 알고리즘이 쓰는 가장 후한 “텐서 네트워크”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Willow는 여전히 사실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역사적 맥락: Sycamore에서 Willow까지
Willow에 이르는 여정은 험난했습니다.
- 2019년 (Sycamore): 구글이 53큐비트로 양자 우월성을 주장했습니다. 계산에 200초가 걸린 반면, 슈퍼컴퓨터는 약 10,0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IBM은 즉각 반박하며, 하드 드라이브 저장 공간을 활용하면 자사의 Summit 슈퍼컴퓨터에서 2.5일 만에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 2021~2023년 (IBM Eagle과 Osprey): IBM은 큐비트 수 자체를 끌어올려 127큐비트, 이어서 433큐비트 칩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질 없는 양은 무의미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오류율이 높은 433큐비트 칩은 그저 난수 생성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 2024년 (Willow): 구글이 반격에 나섭니다. 1,000큐비트를 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더 나은 105큐비트를 택했습니다.
이는 철학의 분기를 보여줍니다. IBM은 “유틸리티 스케일(Utility Scale)“(오류 완화 기법으로 더 작지만 쓸모 있는 문제를 지금 풀기)을 밀고 있고, 구글은 “내결함성(Fault Tolerance)“(오류 정정의 물리학을 먼저 증명하기)을 밀고 있습니다. Willow는 물리학에 건 구글의 베팅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향후 전망: 암호화에 “코드 레드”가 켜졌을까?
양자 분야에서 돌파구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안전한가?”
이런 두려움은 큰 소수를 인수분해하는 양자 기법인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에서 비롯됩니다. 쇼어 알고리즘은 고전 컴퓨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인수분해를 해냅니다. 은행 계좌와 웹 트래픽을 보호하는 RSA 암호화는 소수 인수분해의 어려움에 기대고 있으므로,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이론적으로는 인터넷을 해독할 수 있습니다.
답: 안전합니다… 지금은요.
2048비트 RSA 키에 쇼어 알고리즘을 돌리려면 큐비트가 2048개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2048개의 완벽한 논리 큐비트가 필요합니다. 오류 정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리 큐비트 하나에 물리 큐비트가 1,000개쯤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대략 2천만 개의 물리 큐비트를 갖춘 기계가 필요합니다. 구글이 가진 것은 105개입니다.
업계는 “Q-Day”(양자 컴퓨터가 암호를 깨는 날)까지 아직 몇 자릿수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Willow는 일정표의 수정을 강요합니다.
- Willow 이전: 물리학자들은 오류율이 포화되어 인류가 2천만 개의 결맞음 큐비트에 영영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Willow 이후: 오류 정정이 작동함이 입증되었습니다. 더는 물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공학의 문제입니다.
가장 즉각적인 실질적 영향: 시뮬레이션
암호를 깨기 훨씬 전에, Willow 같은 칩(과 그 후속작)은 시뮬레이션에 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 P형 질소 고정: 비료용 암모니아 생산은 전 세계 에너지의 2%를 소비합니다. 고온·고압(하버-보슈 공정)이 필요합니다. 박테리아는 질소분해효소(nitrogenase)를 이용해 상온에서 이를 해냅니다. 전자 간 상호작용이 너무 복잡해서 현재의 고전 컴퓨터로는 질소분해효소를 시뮬레이션할 수 없습니다. 양자 컴퓨터라면 손쉽게 모델링할 수 있고, 이는 지역 단위의 친환경 비료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배터리 화학: 리튬 금속 배터리용 새 전해질을 설계하려면 복잡한 분자 결합을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Willow급 칩이라면 전기차 주행거리를 두 배로 늘릴 소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결론
구글의 Willow 칩이 내일 비트코인을 전부 채굴하거나 여러분의 암호화된 이메일을 읽어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cel이나 Doom을 돌릴 수 있느냐로 평가한다면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프로토타입이 할 수 있는 일로 평가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것이 열어주는 길로 평가받습니다.
40년 동안 양자 컴퓨팅은 이론의 영역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원자 규모에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두고 논쟁하던, 칠판 위의 수학이었습니다. Willow는 그 칠판이 옳았다는 증거입니다. 양자 세계로 향하는 문은 이제 열려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걷어차여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업계가 얼마나 빨리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느냐뿐입니다.
출처 (2)
- blog.google Google Quantum AI Blog
- nature.com Quantum Error Cor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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